일상/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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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일상/2014 2014. 7. 22. 03:41
이사를 온 집은 전보다 약간 넓은 평수의 집이다. 게다가 베란다를 모조리 터서 체감 상 보다 더 넓게 느껴지는 것도 있겠다. 내 방은 두번째로 큰 방이다. 현관문에서 가장 가까운, 메인 화장실을 옆에 끼고 있는 방이다. 아직 정리가 덜 되어 컴퓨터, 옷장, 이불 정도만 내 것이고 다른 가족들의 물품으로 가득한 방이지만 컴퓨터의 위치가 창문 바로 옆이라 생각보다 마음에 든다. 고양이들은 오늘 고생을 많이 했다. 이제야 긴장을 조금씩 놓는건지, 그렇다 해도 아직 완전 잠들 여유는 없는지 양이가 내 방 창문 턱에서 자고 있다. 이 동네는 쓰레기차가 새벽 3시 반에 돌아다니나보다. 얼핏 창문 밖을 둘러봤는데 불이 켜져있는 방은 다섯개 남짓이다. 난 어깨가 아파 이사짐 센터 사람들이 오기 전에 고양이 둘을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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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일상/2014 2014. 6. 6. 22:07
50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설계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 자고 일어났다. 피곤함이 가시지 않았다. 난 그럴 때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는 상상을 많이 한다. 현관은 스위치다. 현관을 나갈 땐 사회적 인간의 내가 되고 현관을 들어올 땐 게으르고 짜증섞인 정신병자인 내가 된다. 방 안에서 담배를 핀다면 그 경계가 허물어질까 하는 작은 상상. 어느 쪽이 현관 스위치를 꺼둔 쪽인지 켜둔 쪽인지 나는 정할 수 없다. 집에 있는 나는 투명인간이 되어 가족에게 보여지고 싶지 않다. 내 방에 소리없이 잠글 수 있는 자물쇠가 달려있었으면 한다. 내 방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으면 한다. 내 방에 화장실과 냉장고가 있었으면 한다. 집에서의 나는 폭력적으로 변한다. 집에서의 나는 한마디의 대화에도 짜증이 솟구친다. 어느 누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