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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야근을 좀 하고 쓰러지듯 퇴근을 했다.
강남역에서의 퇴근도 슬슬 익숙해질 법 하다.
강남역 쪽은 생각보다 되게 오르락 내리락 한다.
터덜터덜.
사람들은 한껏 상기되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저들에 속하지 않는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사당역에서 갈아타고 익숙한 4호선을 맞이한다.
심적 피로를 뒤로 하고 씻고 쉬고 있던 중
아버지가 퇴근하셔서 선 볼 생각이 있냐고 여쭈신다.
아버지 사촌분의 아는 자제분이시란다.
헛웃음이 나온다. 나 늙었구나.
죄송하지만 생각 없다하고 내 방으로 다시 들어간다.
아직 사람에서 오는 행복을 내 삶에 편입시킬 생각은 없다.
아마 평생 없을지도 모르지.
한 시간쯤 침대에 몸을 뉘이고 게임을 하다가 쓰러져 잤다.
아직 무생물이 주는 차갑고 정제된 모든 감각들만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성격의 것들이다.
오롯이 나 혼자만의 삶을 감당하기에도 벅찬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