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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먹으며 글을 쓰고 있다.
일에 대해서 생각한다.
내게 지금 부족한 것은 직종 전반적인 컨텍스트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최근 것 부터 확보된 자료를 아카이빙해 개인적으로 정리해보기로 했다.
뭘 알아야 그걸 토대로 이런 저런 작업을 할텐데, 난 지금 아무것도 모른다.
또 부족한 것은 글을 대하는 뇌의 활용법이다.
전에 하던 일에서는 정보는 대체로 그래픽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고
나는 그래픽을 정보로서 취급하여 그것의 변환, 활용, 혹은 생산을 했었다.
지금 일은 글을 주로 취급한다.
글의 기본적인 단위인 문장을 정보로서 받아들이고 문장이 뜻하는 정보를 추상적으로 이해하여 변환, 활용, 생산을 해야 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사고의 패러다임을 변환하는 게 아직은 익숙치 않다.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겠다.
오늘은 야근을 해서 가장 최근의 1개년도 분량을 작업했는데 아마 수많은 데이터가 쌓여야 이 직업을 업으로 삼을 체력이 확보될 것이다.
솔직히 마냥 즐겁기만 한 작업은 아니다.
조금은 괴롭다.
일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근황 얘기를 조금 하자면,
내일 잔금을 치른다.
가까운 지인 몇명에게는 말했었지만 사실 이번에 집을 샀다.
내가 들어가서 살 집은 아니고, 갭을 끼고 구입해 언젠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주고 내보내고 들어가서 살 집이다.
주거를 반쯤은 해결했다는 안도감이 크지만, 실제로 들어가서 살려면 앞으로도 몇 억을 모아야 한다.
솔직히 몇 년 내에 가능할 것 같진 않다.
삶은 태어났기에 살고 있긴 했다만 갈수록 닥치는 고비들을 넘기는 건 버거워져만 갔다.
언젠가 그 집에 들어가 혼자 조용히 살다가 삶을 마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