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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조금 길게 써보고자 한다.
18년 9월 1일, 첫 직장에 입사한 지 벌써 3년을 넘겼다.
시험 준비랍시고 의미없이 시간을 허비하기를 1년 반,
군대 다녀왔다고 놀기를 반년나는 30세에 졸업하여 늦게 취직을 했다.
취직, 사회에 대한 불안감과 무기력함에 절어있던 나에게
취직이라는 건 구원과도 같았다.
톱니바퀴라도 나라는 인간이 쓰임새가 있다니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현실을 인식하며 바뀌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내가 처음 접하고 어려워했던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고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 하나의 부품으로서 철저히 소모되었다.
삶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하기엔 난 너무 지쳐갔다.
혹자는 끝없는 책임감과 열정으로 자신이 '해야 할' 정도의 일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을 했다.
혹자는 '할 수 있는' 일이 '해야 할' 일에 못미쳐 그 역시도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나는 건축이 아니면 안되는 것인가.
소장님을 보며, 위에 상급자들을 보면서
3년에 걸친 첫 직장을 뒤로 하기로 마음 먹었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건축이지만 나는 역시 이상주의를 가장하는 방만한 현실주의자다.
나는 꿈을 좇는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가며 배를 주리고 싶지 않다.
나의 가치를 더 높이 쳐주는 곳이 있고, 그에 맞춰 보상을 해줄 수 있는 곳이 있다.
딱 이 정도의 차이로 충분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의 이직을 도망이라고 칭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탈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