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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9 2019. 10. 12. 06:30

    아재에게 불금 같은 건 없다.
    금요일 정시퇴근을 하고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아도 한 두 시간 게임을 하고 이내 피곤해서 이부자리에 눕는다.
    휴대폰을 만지작 하면서 잠들기 전까지 시간을 때운다.
    그러다가 졸려서 불을 끄고 자고는 하지만 오늘은 불, 컴퓨터를 켠 채로 바로 잠이 들었다.
    이렇게 잠에 드는 건 오랜만이다.

    그렇게 잠에 많이 들곤 했다.
    3시 즈음에 다시 깨면 몸은 무겁고 속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요샌 꽤 몸 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술을 엄청 좋아하는 회사 윗사람이 회식을 하자는 걸 젊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티를 조금 내다보니
    요샌 자기 친한 사람만 불러내서 술을 마시는 것 같다.

    솔직히 난 이 사람이 불편하다.
    성격은 자기 멋대로에 타인에 대한 존중이 오로지 자신만의 이기적인 방법으로 행하여지는 부류의 사람인데,
    챙겨줄 땐 잘 챙겨주면서도 그 사람의 더러운 성격을 맞추려다보면 '뭐 먹을래?' 라는 이미 답이 정해져있는 문제에
    적절히 거절당할 안과 무난한 안을 섞어서 제시해야만 했다.
    사실 난 고대에 다니면서 이렇게 타인에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도 업무상 얽히지 않을 수는 없으니 가면을 쓰고 헤헤 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피곤하다.
    조국이 뭘 잘못했냐고 뜬금 없이 나오는 정치에 대한 발언들이나
    한국 특유의 어떠한 틀에 끼워맞춰져야 하고 그 틀에 맞지 않으면 이단 취급하는 그 편협함이나

    장단을 맞춰주기가 피곤해졌다.
    그 사람의 심기에 거스르면 자기들끼리 점심 후 카페에 따로 가서 하는 뒷담화에 오르게 되는 일도, 그걸 듣는 일도 모두 다 피곤해졌다.

    외로운 게 차라리 편안하다.

    장단을 더 맞춰주었더라면 대학로 시끄러운 펍에서 헛소리를 들어주다가 이 시간에 집에 들어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순간이 행복해졌다.
    컴퓨터를 하다 이내 피곤해져 눕고 핸드폰을 하다 잠들 수 있는 이 순간이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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