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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쉬엄쉬엄 공부를 하면서 잠깐 졸았었다.
잠에서 깬 나는 두통을 느꼈지만 너무 졸렸기에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만 또 잠들어버렸다.
약 한시간 뒤 뇌를 송곳으로 쑤시고 회백질을 칼로 긁어내는 고통 때문에 난 잠에서 깰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이라 가벼이 여겨버렸던 것이다.나는 편두통을 자주 앓는 편이다.
군대에 있을 때에도 두세달에 한번은 편두통 때문에 정말 괴로웠었다.
육체적인 상에 의한 고통이나 정신적인 고통에 비교적 무던하다고 생각되는 내게
두통은 말그대로 나에게 있어 흔하지 않은 고통이다.
오랜만의 두통이라 긴장을 안한 탓일까, 머리가 너무 아파 울음이 나올 것만 같고
내 머리를 열어 차가운 얼음물을 부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평소 유일하게 갖고 다니던 약인 두통약을 두 알 먹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머리를 싸메고 흐느끼고 있는데
약 효과는 왜 그리 늦게 오는지 모르겠다.
갈수록 고통은 심해져만 가는데, 이대로 가면 죽을 것만 같은데,
왜 두통약은 심폐소생의 전기충격기처럼 한방의 강한 충격이 없는지
이리도 죽을 것만 같은데.
결국 난 언제나 잘 먹힌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내 속을 모두 게워내어 도무지 두통의 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위액 섞인 액체를 내 몸에서 제거했다.
머리가 아픈 고통은 너무 힘들다.
머리가 아픈 와중에도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려고 사념을 띄우는 내 뇌를 멈추게 만들고 싶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 머리는 사념을 띄우는 걸 전혀 멈출 생각이 없나보다.두통은 날 슬프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