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무렵 나는 또한 이별을 했다.
이별은 그렇게 한 순간이다. 비록 이미 사그라든 것에 내린 일방적인 선고일지라도.
사랑은 마치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내 2010년의 여름을 뜨겁게 달궈놓곤 훌쩍 떠나버렸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느껴진다. 이제는 마음 한 구석 또한 서늘해질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사랑이라니.
정말 오랜만에 생각해 보는 단어다. 사랑.
그리고 이별.
새벽에 혼자 깨어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앞서 가는 다른 이들을 따라가기 벅차다고 느낄수록.
내가 기록했던 것들을 보며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느낄수록.
나는 자신이 없어진다.
먹고 살아가야 하는 일들이 이제는 꿈이나 동경이 아닌
실제상황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먹고 사는 것을 위하여 나는 내 지금까지의 이상과 생각들을
한 순간에 포기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느껴져 온다.
나는 철인이나 신이 아니라는 것.
어떻게든 살 삶이지만 좀 더 편안하게 살고픈 기본적인 욕망.
이러한 것들이 나를 자꾸 옭아매어 간다.
그렇지만 사랑이라니.
그리고 이별.
그렇지만 처음.
아무 것도 없지 않았던가.
내게 잃을 것이 무엇이던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던가.
곰곰히 다짐해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라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찬 바람은 여름을 투영할 것이라고.
한 겨울.
매서운 동풍 한 가운데에서
얼마든지 나를 투영해 가렴, 외쳐댔던 나의 그 기상을 잊지 않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