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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22 2022. 2. 2. 19:11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다.

     

    요새 게임을 거의 하고 있지 않다.

    게임에 대해 꽤나 진지했었다.

    게임 자체를 즐기기도 했지만 목표를 설정하여 여러 명이 협동, 결국 목표를 이루어내는 그 과정.

    그 과정에서 큰 재미와 보람이 충만됨을 느꼈다.

     

    20년 말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어둠땅 확장팩이 출시돼, 기존에 게임에서 연이 있던 친구들끼리 모여 같이 게임을 했다.

    한국 최초를 달성한 후엔 내가 일이 바빠 자연스레 점점 순위는 밀렸지만,

    그 전에 대회를 두 번 나갔던 때와 마찬가지로 서버 최초의 경험은 말로 하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야근에 치이면서도 잠을 줄여가면서 목표를 이루어내는 그 과정은 당사자에겐 최초라는 결과보다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다.

     

    슈카월드가 공대장 출신이었던 이슈에서 볼 수 있듯이,

    그보다 작은 5명의 집단에서도 정성적인 인력 관리나 감성적인 모티베이션 부여 등,

    꼴에 리더라고 많은 걸 생각했던 경험은 이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많은 인사이트를 주곤 했다.

    속앓이도 많이 했지만, 리더는 절대 흔들리지 않으며 맨 앞에서 비전과 믿음을 제시해야 하므로 속으로 많이 삭혔다.

     

    그러므로 더욱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2번의 대회를 겪은 후 번아웃이 와 게임을 쉬기로 결정한 이후 기적적으로 얻어낸 결과였던 것이다.

    나에게 더 이상 그런 재미를 얻을 기회는 없을 거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퇴역'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싱글게임이나 조금씩 하는 지금의 내 모습이,

    마치 누구보다 골프에 진심이었던 사람이 나이를 먹고는 가끔 스크린 골프나 치는 걸 보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인정해야 한다.

    이미 나는 알고 있다.

    세상은 내가 인정하고 인정하지 않고와 관계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내가 그것이 가능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와 관계 없이 내게 기다리는 삶은 더 이상 그런 삶이 아니라는 것을.

    적어도 그 삶이 컴퓨터와 인터넷 속에 있지는 않다는 것을.

    이제 남은 삶에선 하루하루 늘어가는 책임을 감당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삶에서 가장 화가 많았던 고등학생 때에도,

    가장 방황했던 20대 초반에도,

    가장 목말라했던 20대 중반에도,

    가장 무력했던 20대 후반에도,

    가장 착잡했던 30대 초반에도 놓지 않았던 그 소중한 경험을

    그늘 한 켠에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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