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주로 공부를 하는 하나스퀘어는 지하의 공간으로,
이공계 과학도서관과 계단과 엘레베이터로 이어진다.
아주 가끔 엘레베이터를 이용할 일이 있는데
학기중의 경우 엘레베이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볼 수 있다.
과도관의 엘레베이터은 한 줄에 세개의 엘레베이터가 두 줄로 정열된 형세를 취하고 있다.
그 중 몇개는 홀수층, 짝수층만을 운행한다.어느날 난 과도관 1층에서 4층 열람실로 가려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학우가 바쁜지 한 줄의 모든 엘레베이터의 버튼을 다 누르는 것을 보았다.
어찌보면 그리 이상하지 않을 간단한 이기심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난 그걸보고 사람의 근본적인 한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학우는 엄청나게 급박한 상황에 처해있어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용한 모든 엘레베이터를 이용해 위로 올라가야만 했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어떠한 엘레베이터를 이용하더라도 도달하는 최대의 시간은 비슷할 것이다.사실 이 현상은 엘레베이터의 홀수층, 짝수층 운행 분류 때문에 그나마 덜 한건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사람들이 엘레베이터를 기다릴 줄 알았다면 운행을 분류할 필요성 따위, 없었겠지.
마치 인간의 무한한 이기심과 열등함으로 나타나는 근본적인 한계를 시스템이 바로잡아주는 느낌이다.
그 사람들에게 무엇이 옳은 것인가, 이성적인 것이 무엇인가는 판단에 고려되지 않았다.난 기본적으로 인간은 태생적으로 악하다고 말하는 성악설을 믿는 편이다.
물론 그 악은 욕망을 뜻하고, 나 역시도 그 욕망을 부정치 않는다.
애초에 순수한 악이 아닌 욕망을 수반한 목적으로서의 악을 우리는 일반적인 악이라고 인지하는 듯 하지만.
그러나 누구에게나 옳은 것을 취하려 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려하는 의지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역시도.
다만 나는 아쉬운 것이다.
인간이 편하게 살기 위해선 스스로 시스템에 인간을 속박하여야만 한다는 사실이
결국 몇가지 인간의 하찮은 특성 때문에 인간은 어느 선 이상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진보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