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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흠밴드 - 바라만 본다는 건
한없이 왜를 물어보고 싶었다.
당신에게 존재하는 수많은 이유들과 생각의 흔적들.
이해하고 싶었고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도 생각했다.
계속 앓고 당신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고,
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하여 황폐해진 나에게
당신은 지금의 모습이 나의 실제 모습 같다며 좋다고 했다.
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은, 나의 태도 이전에
좋아하는 아니 좋아하려 했던 이 마음이어야 한다.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이해하게 되는 것은,
당신은 나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며
그리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당신이 날 밀어낼 때마다 내 마음은 조금씩 병들어 간다.
이미 모든 감정을 다 보여준 나는 사지가 잘린 사람과 같아, 그때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적어도 많이 좋아했던,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던 그 감정이 망가지기 전에이 모래성을 내 손으로 부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