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불청객
    일상/2012 2012. 8. 31. 17:20

    평소 친하게 지내던 누나가 점심에 갑자기 전화 좀 해달라고 해서 전화했는데
    자기가 나랑 몇일 전 술을 마신 것 때문에 남자친구가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는 거였다.
    다짜고짜 누구냐고 물어보고 무슨 과 몇학번 이름이 뭔지, 어떻게 만났는지 물어보더라.
    솔직히 기분이 굉장히 안좋았지만 내 기분 풀려고 막말 했다가 일이 더 복잡해질까봐 걍 가만히 있었는데
    그때 누나가 폰을 가져갔는지 통화가 끊겼었다.

    남의 눈(그 중에서도 특히 남자친구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무리 이성의 의미가 아닌 사이라고 해도
    그것이 보는 사람의 눈에 그렇게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그저 일주일에 두세번 밥 먹고, 가끔 술을 먹는 정도.
    그 자리에서 내가 먼저 보자고 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없고
    내가 남자로서 행동한 어떠한 행위도 없음을 설명해서 뭘 어떡하겠나.

    그러나 내 입장과 별개로 그 남자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물론 나라면 그렇게 전후사정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짜고짜 전화를 하려고 하진 않았겠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관계 정리를 해두려고 했을 것일테니 말이다.
    그리고 또 뭐, 닥치기 전엔 모르는 거 아니겠는가.
    너무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생각을 하였다.
    내가 둘 사이에 어떠한 형식으로든 불청객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게 확실해진 지금
    난 이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나름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멀어지더라도
    결과적으로 그 사이에 끼어서 불행을 야기할 수 있다면
    난 과감히 멀어질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불행을 안겨줄 수도 있는 건 내가 지금 가장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다.

    작위적이겠지만 멀어질 수 밖에.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