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0
2010년 5월 5일 오후 9시 41분
Stillwell_KU
2010. 5. 5. 21:41
어린이날에 내게 별 의미가 없는 날이라는 걸 깨달은 건 오래 전 이야기이다.
느즈막히 오후에 일어나 가족과 오늘이 어린이날이라는 사실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일이 없어진지도 꽤 오래 됐고,
나는 집에서 쉬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생산성 없게 시간을 축냈다.
우리 집 앞에는 나무로 만들어놓은 필로티 형태의 휴식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친구와 함께, 때로는 혼자서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보내곤 했던 곳이기에,
집에서 나갈 때와 집으로 들어갈 때 난 그곳에 누가 있는지 습관적으로 확인을 하곤 한다.
그곳의 나무 벤치에 앉아서 한 일들을 생각한다.
서울에 놀러온 친구와 맥주 한 병을 들이키며 회포를 푼 적도 있고,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잡고 전화를 하곤 했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쐬며 담배를 피곤 했다.
나름의 방법으로 열심히 살다가 문득 찾아오는 공휴일 같이,
문득 지나치게 되는 휴식처와 같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야 할 내일을 위해 이렇게 기약없이 찾아온 휴식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