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2

벚꽃놀이

Stillwell_KU 2012. 4. 19. 17:42

오늘 밤 드디어 벚꽃놀이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사실 무언가 목적성이 있어서 벚꽃놀이를 가자고 결심한 건 아니었다.
그냥 목적없이 이정표도 없이 무엇을 할 지 모르겠는 마음가짐으로
그저 벚꽃이 보고 싶다는 약간의 욕구로 결심하게 되었는데,
큰 당위를 부여하지 않고 행위를 실행하겠다고 마음 먹은 행위이지만
경험의 수집의 차원에서 결심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볼 때
3년전 무심코 홀로 바다에 갔던 경험과 일맥상통하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이 벚꽃놀이를 간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비록 유쾌하게 기억하고 싶지는 않은 기억이지만
분명히 한 명과 벚꽃놀이를 갔었고, 그 날은 차라리 나가지 않았으면 하면서 후회하는 날이기도 했다.
누군가 내게 그랬다. 넌 참 잘 잊어버린다고.
그 말이 상기되면서 헛웃음이 나오더라.

항상 무언가를 고심하며 그것을 행할지 행하지 않을지 저울질 할 때
이중적인 두 욕망이 상충충돌하더라.
그런 경우 대부분 분명 나는 더 큰 욕망, 내 기준에 더 올바른 길을 택하였다고 내 스스로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그 작은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한 데에 대한 죄책감을
더 크고 올바른 욕망을 충족시켰다는 사실이 지워주지는 않을게다.

무언가의 당위와 부당위를 따질 때에 내 나름의 기준과 마음이 가는 방향에 의해 결정을 했을 때
택한 한 쪽에 대해서 택하지 않은 다른 쪽이 면죄부를 발령해줄 수는 없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나는 선택을 하고 택하지 않은 선택지보다 택한 결과는 항상 옳다고 자부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물과는 벌개로 택하지 않은 것들에서 오는 아쉬움이 주는 고통은 여전히 그대로 쌓이는 것 같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난 관심이 있었다. 왜일까.
그리 감정적이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내가 살면서 주로 느끼는 감정은 외면받는 것들에 대한 슬픔이었다.
항상 힘주어 생각하길,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고 자위하지만
요즈음 같이 이정표 없이 묵묵히 발 앞에 난 길을 따라가는 내게
그 불확실한 미래처럼 후회는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퇴화기관일 수 밖에 없는 가보다.

하루의 화장을 지우면서 그 날을 정리하는 여성의 마음가짐으로 오늘도 내 작은 일상은
뚜렷한 목표 목적의식 없이 그 피상적인 이면의 여운만을 남기고
내 우울함에 조용히 돌을 던지는 것이다.

하여간 오늘의 벚꽃은 아름다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