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2

2012년 1월 13일 오후 8시 18분

Stillwell_KU 2012. 1. 13. 20:28
오늘 소대 선임이 전역하는 기념으로 보급관을 비롯해 10명 남짓이 순대국에 소주 한잔을 걸치며 간단한 회식을 했다.
술이란 그래, 그런 느낌 같다.
술 한잔으로 마무리를 하면 안좋았던, 괴로웠던 기억들은 없어지고 좋았던 기억들이 남으며 밝은 미래를 기약하는 것 같다.

이제 내가 소대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지만 요즘 군대는 옛 같지 않다.

영어 공부를 좀 열심히 해볼까 한다.
요즘 당직이나 야간에 인솔을 하는 등 밤을 새는 업무를 하면서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니 너무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더라.
그 우습게 알았던 영어, 그렇게 우스워서 공부를 하나도 안하고도 945를 맞던 토익이란 영어 시험을
난 다시 보았을 때 900이나 넘길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보았는데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하더라.

뭐 그래도 두렵진 않다. 내 앞에 놓여진 고통과 고행의 길들이.
난 역시나, 다시 한번 또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내게 있어서 내 자존심이 무너진다면 그것은 나의 가장 큰 좌절이자 재도약의 밑거름이니까.
그렇게 두렵지는 않다.

내가 한 선택들을 행여나 후회하지는 않는다.
후회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지 너무 오래 되었다.
신년에는 후회할 선택을 조금 더 줄여야겠다.

이제 빼도박도 할 수 없는 이십대 중반, 스물 넷이다.
내가 스물의 나이에 대학에 들어갔을 때 스물 넷의 사람들을 보며 어떠한 생각을 했는지
주마등처럼 스친다.

나, 정말 잘난 사람이 될게. 잘난 사람이 되어서 그 어느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친구, 애인, 아들, 오빠, 동생이 될 수 있도록.
어중간한 많은 이들을 내 발 앞에 무릎 꿇리고 그이들을 밟으며 다시 한번 우월함을 입증할게.
그리고 곧 다가올 고통의 구간을 지나 수요일 새벽 자유로에 들어섰을 때,
여유로운 모습으로 당신들을 포용할게.

꿈이란 것이 있다면, 그리고 추상적인 그 꿈을 그나마 비슷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나에게 그 꿈은 '강남좌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강남에서 살지 아닐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강남의 지역이 중요한 것은 아닐게다.

너무나 많이 놀았다. 영우야.
이제 그만 놀고 공부할 시간이란다.